무지개의 끝을 만나다
어느덧 여행의 반이 지나 4일차가 되었네요. 몽골 여행의 4일차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날입니다. 쳉헤르 온천이 여행 일정 중에 있었는데 4일차는 온천을 가기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홉스굴호부터 쳉헤르온천까지 하루만에 가기엔 너무 멀어서 들리게 된 자르갈란트 마을이죠. 즉, 무엇을 보기 위한 곳도 아니었고 그저 다음 행선지를 위해 거쳐가는 곳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하는 동안 가장 특별했던 하루입니다. 쌍무지개와 무지개의 끝과 끝. 4일차 이야기 시작 :)
무지개 이야기
4일차도 참 예쁜 몽골 하늘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구름. 한국에선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죠. 이 날은 가이드가 하루종일 이동만 할 거라고 했던 날이었습니다. 비포장도로 300키로와 포장도로 100키로 이동이 4일차 일정의 전부라고 했었죠. 그래서 아침 늦게 일어나 화장도 안하고 옷도 편한 옷으로 대충입고 차에 탔습니다.
그렇다고 여행 중간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 심심한 날은 아니었습니다. 300키로의 긴 비포장도로는 4D 놀이기구를 연상케 했고 잠이 들랑말랑하면 차가 깨우고 창문에 세게 부딪혀 눈물도 찔끔나고... 하지만 이 마저도 참 재밌었습니다.
중간에 차에서 내려 도시락도 먹었습니다. 그냥 아무 맛도 나지않는 면과 당근, 오이, 고기가 들어있는 그런 도시락이었어요. 케찹을 하나씩 주셨는데 그거 마저 없었으면 ... 반의 반도 먹지 못했을거예요. 이렇게 예쁜 풍경을 두고 차안에서만 도시락을 먹긴 아까워서 도시락을 들고 밖으로 나왔는데 추움 + 바람 + 비 3콤보가 들이닥쳐 다시 차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전 비를 엄청 좋아해서 비가 조금씩 내리는 거였다면 밖에서 놀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엄청 춥기도 했고 갑자기 비가 소나기처럼 많이 내려서 ㅠㅠㅠ 차안에서 경치를 바라보았습니다.
이 날은 참 날씨가 변덕스러웠던 것 같아요. 언덕 위에 있을 땐 비가 억수로 내리다가 언덕을 내려 오니 다시 맑은 하늘이 빼꼼하고, 게르에 돌아갔더니 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이게 다 여행의 묘미겠죠. 위에 사진 속 장소는 풍경이 너무 예뻐서 가이드 분께 차를 잠시 세워달라 부탁드리고 여유를 즐긴 곳입니다. 엄청 멀리 보이는 거대한 돌 바위 였는데 사진으로 다시 보니 상당히 아담해 보이네요.
4일차 게르 도착. 4일차 게르는 슬프게도... 통신이 잘 터지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가이드나 기사님 폰은 잘 터지고 여행하는 사람들 폰만 안터지더라고요.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비가 올 것 처럼 날씨가 꾸물꾸물해지더니 역시나 점점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지더라고요. 이 때 정말 믿기지 않을만큼 예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쌍무지개의 끝과 끝을 만났습니다. 게르에서 비오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는데 몽골 비 오는 동영상을 남기고 싶어서 문을 열어보니 이런 풍경이 ... 우선 이렇게 선명한 쌍무지개를 보는것도 처음이었고 무지개의 끝을 만나는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항상 어렸을 때 무지게 끝에는 뭐가 있을까 거긴 어떻게 해야 갈 수 있는걸까? 이런 생각 많이 했는데 그 답을 몽골에서 찾았네요. 막연하게 멀게만 느껴졌던 무언가를 마주한 기분이랄까요? 너무너무너무너무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자르갈란트 게르 이야기
자르갈란트 마을에서 머물렀던 4일차는 하루종일 비가 왔다 안왔다를 반복했습니다. 쌍무지개가 사라질 때 쯤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밥을 먹으러 들어와 수다가 한참 무르익을 때쯤 다시 비가 내리더라고요. 그리고 이 게르의 밥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첫째날엔 충격의 연속이었는데 이게 다 몽골에 빨리 적응하라는 투어업체의 충격요법이자 배려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밥이 점점 더 맛있어지더라고요.
사실 혹시 몰라 이렇게 다양한 간식을 준비해두었었는데 밤에 야식 겸 먹었습니다. 그래도 밥이 나왔으니 한국에서 챙겨온 장조림과 깻잎을 꺼냈는데 역시 밥도둑 대장들. 너무너무너무 맛있게 잘 먹은 행복한 저녁 식사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날은 같이 놀러온 동행객 분들과 더 친해진 날이었어요. 서로 무슨 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몽골에 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면서 더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배경음악처럼 깔리는 빗소리. 너무 완벽한거 아닌가요?!
화장실도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꽃밭에 둘러쌓인 화장실과 샤워실. 수건도 따로 챙겨주고 옷을 넣을 수 있는 캐비넷도 따로 있고 샤워기 수압도 짱 좋고. 통신 안터지는 것 빼면 최고의 숙소였습니다. 날이 갈수록 숙소도 좋아지고 밥도 맛있어지고. 몽골 여행에 익숙해져가는 걸까요?
밤은 추우니까 수다 떨면서 수시로 확인하는 불씨. 4일차 만에 불씨 살리기 선수가 되어갑니다. 자그마한 불씨만 보여도 활활 타오르게 만들 수 있는 생존 능력까지 얻어가는 몽골 여행이네요 :) 그렇게 새벽 늦게까지 수다 떨다가 내일의 새로운 여정을 위해 잠에 들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거의 일기였네요. 4일차에는 관광지를 들린 것도 아니었고 색다른 체험을 한 것도 아니었기에 정보성 포스팅은 힘들 것 같아 사실 따로 안 적으려고 했던 날입니다. 근데 여행하는 동안 가장 여유로웠고 가장 뜻깊은 선물을 받았던 날이었길래 끄적끄적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 다음 포스팅은 정보 가득한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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